학종 비교과 3요소 폐지 및 채용 공정성을 위해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제정해야

재)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이 대입 공정성 제고 방안에 대한 발표를 했다
재)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이 대입 공정성 제고 방안에 대한 발표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의 자녀 대학입시 관련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아세안 3개국 순방을 위해서 출국하기 직전에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를 해 달라’는 지시를 당정청 고위관계자들에게 남겼다.

그후 교육부 차원에서 이와 관련된 준비에 착수하고 사회적으로는 제도 개선의 방향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과제를 풀어가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오늘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

우선 오늘의 기자회견은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의 자녀 입시 관련한 처신에 대한 비판을 하거나 옹호하는 자리가 아님을 밝힌다. 이미 이 문제는 치열한 정치적 쟁점이 되어 있고 우리 역시 사실 관계에서 이미 언론과 정치권, 후보자 자신이 제시한 내용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언론과 정치권과 후보자 간 사실 관계를 다투는 과정이 진행 중이고 검찰도 이를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니 일단은 그 판단을 기다리고자 한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조국 지명자를 둘러싼 엄청난 공방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 개선을 주문했다는 사실에 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지명자 자녀의 대학입시 통과 과정에서 특권층에 유리한 트랙을 이용한 것이 드러난 것을 유의하면서 “여러 개선 노력이 있긴 했지만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또 공정하지도 않다는 국민 여론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면이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면서 대입제도가 공정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먼저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봅다. 대학 서열이 견고하고 그에 따라 취업에 유불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취업과 이후 삶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대학 입시 제도를 공정하게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대입에서 비중이 확대된 수시 제도,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과 관련된 불공정성과 준비 부담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우리 단체 역시 이 부분을 개선할 것에 대해 이 제도 도입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리고 우리의 요구사항은 ‘정시 확대파’나 ‘수시옹호파’나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동의하는,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은 대안임에도 교육부가 대학의 눈치를 보면서 10여년 이상 학종 개혁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2022 대입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한참이던 작년에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며 ‘학종 비교과 주요 요소 폐지’라는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했고, 교육부 역시 이에 호응하는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했으나, 완성된 시안을 공론화를 통해 최종 결정하는 정책숙려제를 추진하면서 스스로가 만든 학종 개혁안을 폐기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바로 10여년 간 정부가 대입제도 개혁에 미온적이었던 바로 그 약한 고리가 어긋나서 터진 문제다. 가난한 계층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대입제도 전형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자산이 자녀의 대입전형에 합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구조, 그것에 20대 청년들과 다수 국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는 손질할 때가 왔다.

대입제도를 고친 지 1년 밖에 안 되었는데 또 고치느냐는 비판도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제도는, 3~4년 예고제가 중요하지 않고, 빨리 고쳐서 아이들의 고통 및 교육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잘못된 대입제도는 마땅히 손질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 속에서 대입 제도 개선의 방향에 대해 잘못된 관점이 득세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면, 무엇을 위한 개선이라는 말인가? 현 정부는 대입 제도를 잘못 다루어 작년에 유례없는 사교육 폭증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에 유념하고, 이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슬기롭고 분별력 있게 정책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대입제도 개선의 잘못된 세 가지 관점과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를 공정하게 개선하라는 요구를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을 확대하라는 지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공정의 가치가 교육 분야에서도 최우선의 과제’이어야 하며,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세간에서는 객관적인 수능 점수로 줄 세우는 정시 전형을 확대하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아마 대통령 자신도 그것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시를 확대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언급한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대입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 점수에 의해 대학입시가 치러지게 되면 특정 지역과 고교 유형, 고소득층이 소위 명문대 진학을 독식하는 구조가 재현될 것이며 수능 고득점을 얻기 위한 사교육 참여도 현재보다 확대될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그 한마디에 사교육 시장의 수능 대비 업체(메가스터디 등)의 주가는 큰 폭으로 뛰기 시작했다. 공정한 입시를 주문하니 사교육 시장이 출렁거리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공정한 대입경쟁이라 쓰고 사교육시장의 활성화라 읽어서 되겠는가?

무엇보다 이렇게 정시가 확대되면 문재인 정부가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외치며 핵심 과제로 추진하려고 하는 ‘고교학점제’는 물론이요 국가 경쟁력 강화 및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교실 수업 혁신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만 낙오될 것입니다.

객관식 5지선다 객관식 정답찾기, 암기 교육이 국가 교육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전 세계가 공교육 혁신을 통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 온 힘을 쏟는데, 우리만 퇴행을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수능이 입시의 중심이 되는 순간, 교실은 객관식 5지선다 정답 찾기 수업 이외에 다른 변화를 위한 공간은 사라질 것이며, 그마저 그 시험에 최적화된 사교육 시장에 밀려 학교는 용도가 폐기될 것이다.

대입의 공정성을 정시 확대로 규정짓는 순간,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은 괴멸될 것이고 사교육은 창궐하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세계의 교육혁신 경쟁에서 한국은 낙오될 것이다.

둘째로 수시의 핵심인 학생부 종합 전형은 작년에 대입 공청회 등의 과정을 통해 고칠 만큼 고쳐서 더 이상 손댈 것이 없다는 관점이다. 특히 조국 교수 자녀의 대입시 준비 과정에서 ‘소논문’ 등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 문제는 이미 2018년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해결했고 이제는 그 부작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입장은 지난 8월 27일 교육부가 조국 후보자 자녀의 대입 관련 문제가 터질 때 내놓은 설명 자료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잘못된 주장이다. 물론 학생부 전형이 학교 교육을 회복시키고 학교 수업의 혁신을 위한 공간을 열어주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학생부 전형이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은 학생부 종합 전형의 문제점을 간과하는 접근이다.

우리 단체는 2014년부터 학종의 문제를 분석하면서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배경에 영향을 깊게 받아 교육 양극화를 초래할 4개 독소 요소를 제시했는데, 그중 개선된 것은 겨우 소논문 폐지밖에 없다. 이제라도 나머지 3요소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셋째, 현재 청년들의 대입 불공정성에 대한 절망을 대입 절차의 공정성을 통해서 100% 해소해 줄 수 있다고 과신하는 태도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수시를 줄이고 수능 정시를 확대한다고 해서 기회가 균등해지고 과정이 공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입 경쟁의 싸움은 일자리 진입 경쟁의 전초전, 즉 채용 경쟁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학교 간판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다. 대입의 과정이 아무리 공정해도 채용 시장에서 출신학교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지원자들을 차별한다면, 대입의 공정한 관리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대입 경쟁의 공정성은 채용 시장의 출신학교와 학교이력 등에 의한 각종 차별을 손질하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를 방치하고 대입 전형의 공정성만 관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의 주장은 간명하다. 즉 지금 현 시점에서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 교육의 가치와 충돌하고 국가 교육체제를 붕괴시키는 수능 정시 중심 대입 제도는 고려 대상에서 배제해야하며, ▲현재의 학종 전형 중 개선할 여지가 있는 부분은 과감히 개선하되,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채용 시장에서 출신학교 차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음으로 대학입시 경쟁을 둘러싼 과열 경쟁 자체를 진정시켜야 한다.

이는 결코 이상론에 치우친 것이 아니며, 교육부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거나 국회가 간단한 법률적인 선택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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