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모토중 하나가 풍성한 삶의 경험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동일한 인생을 살더라도 그들이 미처 보지못한 일상 속에 묻어있는 티끌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어야 삶도 풍성해진다.

온갖 박물들과 버려지는 고물들을 모아 예술로 탄생시킨 정크아트 세계를 열어가는 걸리버여행기 카페를 방문했다.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219)

카페 초입에는 내가 좋아하는 올드카들과 버려진 농기계를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따뜻한 난로가 놓여진 쇼파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커피를 앞에 두고 아들과 두런두런 많은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아들의 꿈은 할리 데이비슨 모터 바이크 두대를 구입해 나와 함께 투어를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아들과 함께 경치가 아름다운 강이나 호수에서 카약을 타고 물살을 헤쳐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꿈들이 실현불가능한 얘기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나가 되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우리에게 설레는 일은 많다.
비밀로 가득한 이 세상의 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호기심이다.

유전인지는 몰라도 아들 역시 호기심이 넘쳐난다.

잠시 유년시절에 읽었던 걸리버여행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동화속 걸리버는 여행을 하면서 자신에 비해 산처럼 거대한 거인들이 사는 거인국과 개미만큼 작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소인국을 방문하는 얘기로 이뤄졌다.

걸리버는 소인국에 도착해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소인들은 국가의 제도나 별 거 아닌 이유로 싸우는데, 계란을 뾰족한 쪽부터 깨느냐, 아니면 상대적으로 덜 뾰족한 곳부터 깨느냐의 논쟁이 전쟁으로 번졌다. 전쟁 경위는 원래 펑퍼짐한 쪽을 깨서 먹었는데 왕자가 실수로 손을 다치자 왕명으로 뾰족한 쪽을 깨라 정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일부 세력이 적국으로 건너가 투항했으나 그곳에서도 높은 굽 신발을 신는 높은굽파와 낮은 굽 신발을 신는 낮은굽파의 오랜 갈등이 있었다.

걸리버여행기는 별거 아닌 이유로 적국과 전쟁을 일으키는 당대 영국과 프랑스 정치상황을 빗대어 풍자하는 동화다.

우리 정치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민생은 간 곳 없고 자신들의 명분과 실리에 빠져 다툼만 일삼는다.

아들에게 만큼은 혐오스러운 정치를 알게 하고싶지 않았지만 뿌리깊은 나에 반골기질이 또 정치를 입에 올려버렸다.

스트레스를 주는 정치현실이지만이 모든 게 우리가 알아야 하고,이겨내야하는 숙명이기에 이왕이면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앞섰다.

걸리버여행기 카페에 들리시거든잠시 어른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마냥 천진난만한 아이가 되어 머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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